Lust Mirror ⓒ Normann Copenhagen
거울은 빛의 반사를 이용해 물체의 모양을 비추어 보는 물건이다. 우리가 속한 공간에는 크고 작은 거울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크기만큼 공간을 비추는 커다란 거울부터 전구 바로 옆에서 빛을 밝게 반사하는 작은 거울까지, 시시각각 함께하며 형상을 비추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반짝이게 비추는 오브제, 거울을 소개한다
MO S17 RISING TALENT FRANCE ⓒ CLAIRE LAVABRE
거울 속 나와 눈을 마주친 적이 있으신가요? 상을 또렷하게 비추는 거울은 외형을 관통해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만 같지요. 거울 속 또 다른 나는 익숙하지만 어쩐지 생경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거울을 통해 타인과 마주한 적은 있으신가요? 거울은 다른 장소에 있는 우리를 같은 공간으로 이끌어줍니다. 시야 밖의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이렇듯 세상을 깊게 비추는 거울은 언제부터 쓰였을까요? 또,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LEDS Clay Dressing Mirror ⓒ Maarten Baas
거울은 기원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가 거의 없으나, 금속기시대 무렵 제작되었을 거라 예상됩니다. 그래서 과거의 거울은 주로 매끄럽게 간 구리나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집트에서는 고왕국 시대의 한 분묘에서 완전한 모양을 갖춘 거울이 발굴된 바 있습니다. 약간 편평하면서 대개 거울의 면이 원형인 손잡이 거울인데, 손잡이 부분은 금속이나 나무, 상아로 되어있습니다. 신을 표현한 신상과 인간을 표현한 인상, 파피루스나 로터스를 본뜬 것이 보통이에요. 그리스에서는 미케네 시대에 정교한 선각으로 장식된 상아의 자루가 달린 둥근 거울이 만들어졌으며, 주동기술의 발달로 여러 가지 복합한 디자인의 거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입상이 머리 위에 원형의 거울을 받치고 있는 모양의 경대, 정교한 부조나 은으로 상감을 한 뚜껑이 달린 거울 등은 뛰어난 작품이지요. 이들 장식은 화장도구라는 성격에서 섬세한 여성적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고, 또 관능적인 장식주제가 선택되는 일도 적지 않았어요. 이 경향은 헬레니즘기에 들어오면서 점점 더 짙어집니다. 에트루리아의 거울은 손잡이 거울이 많으며, 장식은 그리스와 공통되지만, 특히 유려한 선을 활용한 은상감의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로마 시대의 거울은 그리스·에트루리아의 형식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당시의 사치한 풍조를 반영해 호화로운 장식을 한 거울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상류계급에서는 은제의 거울도 사용되었어요.
Horizon Mirror Round ⓒ Normann Copenhagen
중세에는 일부 귀족계급의 용품을 제외하고는 거울이 소형으로 바뀌고 검소하게 되었습니다. 갈아서 광을 낸 금속 조각을 나무나 상아의 작은 곽, 또는 빗의 일부에 끼운 것 등 휴대하기 편리한 것이 나타났으며, 특히 표면에 기사 이야기의 장면 등을 부조한 상아제의 뚜껑 달린 거울을 귀부인들이 애용했어요. 유리 거울은 12~13세기경부터 점차 보급되어 1373년에는 뉘른베르크에서 유리 거울 직공조합이 결성되었습니다. 르네상스기에 유리제작의 중심이었던 베네치아에서는 유리판의 뒷면에 주석박을 붙이는 방법이 발명되어 이런 종류의 제품이 금속거울 대신 전 유럽에 보급되었어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거울은 19세기에 이르러 보급된 것입니다. 평평하고 투명한 유리판이 양산된 데다가 은도금의 새로운 기법이 발명된 것이지요.
Floor Mirror ⓒ Kaschkasch
거울은 크게 평면거울과 오목거울, 볼록거울로 나뉩니다. 거울의 표면이 편평하고 매끄러운 평면거울은 모든 빛이 일정한 각도로 반사되기 때문에 실제 모습과 가장 가까운 형상을 나타냅니다. 면이 오목한 오목 거울은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면 크게, 멀어질수록 작게 보입니다. 현미경이나 치과용 거울, 자동차의 전조등에 주로 쓰이지요. 반대로 볼록거울은 빛을 퍼지게 하므로 넓은 범위를 볼 수 있어요. 도로의 반사경이나 자동차의 백미러, 매장 구석에 커다란 거울도 모두 볼록거울이에요.
Flip ⓒ Normann Copenhagen
거울은 사람의 용모를 비추어볼 뿐 아니라 무당들의 무속용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예부터 무당들이 사용하던 세 가지 무속용품은 칼과 방울, 거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거울을 들여다보며 잃어린 것들의 행방을 점치기도 했지요. 지금도 무당들은 금속으로 만든 거울을 사용하며, 수호신의 신체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MO S17 RISING TALENT FRANCE ⓒ SAMY RIO
Lust Mirror with Circcus Pouf ⓒ Normann Copenhagen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소재 또한 거울이였습니다.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이중인격]에서는 거울을 통해 주인공의 또다른 내면을 만들어냅니다. 단지 상을 비추는 것이 아닌 다른 세계로서 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거울은 대상과 대상을 연결짓습니다. 한 공간에 자리 잡아 다른 곳을 비춰줌으로써 그곳을 더욱 넓고 트여 보이게 할 뿐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비추어 자신을 더욱 깊게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지요. 사이를 연결짓는 오브제, 거울입니다.
김리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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